기자수첩

[기자수첩] 외주화된 인사 검증과 권력의 민낯

음주운전 이력과 위장전입,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에 직면했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20일 만에 물러났다. 당사자는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였으나 제기된 비위 의혹 자체는 인정하지 않았다. 낙마라는 결과는 남았지만 결격 사유를 검증해야 할 행정 시스템의 기능은 확인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의 자체 인사 검증 체계가 걸러내지 못한 흠결을 공론장으로 끌어올린 것은 특정 시민단체의 ‘부적격’ 논평이었다. 여성가족부, 교육부, 기획예산처에 이어 법무부까지, 같은 단체가 반대한 후보자 네 명이 연달아 낙마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과거 특정 정당의 동의 여부가 인사 생사의 분수령으로 작동하던 현상이 이제는 시민단체의 논평 여부로 이동한 셈이다.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공식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되었음을 방증하는 구조적 신호로 읽힌다.

청와대와 여당은 청문회 이후에도 결격 사유를 방어하며 임명 강행 분위기를 이어갔으나, 진보 진영 내부의 비토 선언이 나오자마자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공직 적격성의 기준이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제도적 스크리닝이 아니라 정치적 진영 내 명분 관리와 진영 내부의 합의 여부에 종속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국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의 최종 책임은 시민단체가 아닌 임명권자와 여당에 있다. 인사 실패가 거듭될 때마다 외부 비토권의 영향력만 부각되는 것은 행정부 스스로 1차적 검증 책임을 방기한 채 정치적 부담을 외주화해 온 결과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반복되는 낙마 사태는 외부의 평가 잣대 이전에 정권 내부의 인사 원칙과 사전 검증 기능부터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명백한 경고다.

시대경제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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