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

옷만 바꾸겠다는 재단사와 지우개가 탐나는 피고인

"연임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도 87년 체제라는 낡은 옷은 기필코 벗겨내겠다는 다짐이다. 자신이 입을 새 옷이 아니라며 선을 긋지만, 굳이 지금 이 시점에 가위와 자를 손에 쥐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재단사의 뒷모습은 어쩐지 바쁘기만 하다.

특검의 '공소취소 조항'을 빼달라는 주문 역시 절묘하다. 억울함을 씻기 위한 특검은 반드시 띄워야겠으나 직권 취소라는 노골적인 지우개는 잠시 내려놓겠다는 셈법인데, 판을 뒤흔들 장치만 정교하게 남겨둔 채 '오해'라는 껍데기만 걷어낸 격이다.

여기에 임상실험 청탁 의혹의 법무장관 후보자를 두고 던진 답은 고작 "국민 눈높이에 맞춘 신중한 숙고"였다. 쇄신과 원칙을 호언하던 자리에 남은 것은 결국 결정을 미루는 침묵과 자신만을 비껴가는 법치의 편리한 유예뿐이다.

시대경제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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