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자수첩] 유예된 결정의 계산법과 사법 리스크의 외주화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메시지의 모호성을 극대화하는 자리였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를 두고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답변이 나왔고, 특정 특검법에서는 직권 공소 취소 조항을 제외해 달라는 주문이 뒤따랐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이를 두고 1987년의 권위주의적 결정을 소환하며 “국민과의 전쟁”이라 규정했다.

정치권에서 인사 결정의 유예는 철회가 아닌 타이밍의 조율로 소비되는 경우가 잦다. 비토 여론이 임계점을 넘었을 때 결단을 미루는 태도는, 대중적 저항을 잠재우고 내부 진영의 피로도를 낮추려는 전형적인 정치적 지연 전술로 읽힌다.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든 철회하든 발생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정권의 지지율과 국정 동력에 청구된다.

특검의 수사 범위와 공소 유지 권한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사법 문제를 입법 권력으로 희석하려는 권력 구조의 오랜 딜레마를 보여준다. 진상 규명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되 논란의 소지가 큰 처분 권한을 덜어내겠다는 제안은, 외견상 절충안을 취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법적 정당성 확보를 위한 우회로를 찾으려는 셈법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결국 사법적 판단의 부담을 제도적 절차로 외주화하는 구조다.

한 의원의 직설적 비판은 진영 결집에 매몰된 권력의 고립성을 정확히 겨냥한다. 핵심 지지층의 목소리에만 과민하게 반응하고 보편적 여론의 경고를 회피할 때, 권력은 스스로 통치 기반을 좁히는 덫에 빠진다. 국가 원수가 모든 시민을 대변하지 못하고 특정 진영의 방어막 뒤로 숨는 순간, 그 정치적 부담과 분열의 비용은 오롯이 사회 전체가 떠안아야 한다.

시대경제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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