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성문의 외피를 쓴 통치 공학, 책임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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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입에서 “송구”, “부족”, “겸손”이라는 단어가 연이어 쏟아졌다. 지지율이 연일 바닥을 치는 와중에 열린 추석 전 기자회견 풍경이다. 연임 개헌 불가 선언과 특검법상 공소취소권 삭제 요청도 내놓았다. 겉으로는 성난 민심 앞에 고개를 숙인 참회의 형식을 띠고 있다. 실상은 정교하게 계산된 방어기제의 작동이다.연임 불가 천명과 공소취소 조항 삭제 요구는 양보의 외피를 둘렀을 뿐이다.
정작 권력의 핵심 리스크인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나 임기 종료 후 재판 재개 여부 같은 근본 질문에는 침묵했다. ‘조작기소 진상규명’이라는 프레임은 고스란히 살려두어 사법적 정당성을 흔들 퇴로를 남겨뒀다.
헌법상 불가능한 연임을 포기하겠다는 말로 거창한 양보인 양 치장하고, 실제 칼자루는 쥐고 가겠다는 권력 공학의 전형이다. 행정 실패에 대한 인식은 더 건조하고 무책임하다. 부동산 폭등을 두고 “비강남으로 하락이 확산하는 평탄화”라는 기이한 궤변을 내놓았다. 정책 실패의 대가를 시장의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둔갑시킨다.
금융 시장을 뒤흔든 레버리지 ETF 파문에는 “누군가는 결정했을 것”이라며 관료 조직 뒤로 숨었다. 국정의 최종 책임자가 정책 참사를 마치 제3자의 관찰기 쓰듯 말한다. 시장을 시험대로 삼은 설익은 정책의 청구서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됐다. 정치는 언어의 유희나 감정적 호소로 작동하지 않는다.
숫자로 기록되는 경제 지표와 행정의 실체적 결과물로 증명될 뿐이다. 방향 전환 없는 반성은 알맹이 없는 수사에 불과하다. 책임을 제도와 부하 직원에게 외주화한 채 던지는 사과는 지지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일시적 방패막이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