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

메신저를 죽여야 사는 정권: 김승원 구하기와 낯익은 ‘공작몰이’의 데자뷔

권력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풍경을 마주하는 일은 이제 피로를 넘어 참담함을 자아낸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자 집권 세력이 꺼내 든 카드는 예상대로 ‘진실 규명’이 아닌 ‘메신저 처단’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보여준 충북도청 최고위원회의 풍경은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적격성을 검증하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시스템이 아니라, 진영의 보루를 지키기 위해 결사대를 자처한 호위무사들의 집단 방어전에 가까웠다.

김민석 대표는 “지켜볼수록 잘 된 인사”라며 김승원 후보자에 대한 철통 방어를 선언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제기되는 합리적 의혹을 ‘불법 자료 커넥션’이라는 거창한 프레임으로 덮어씌우고, 의혹을 제기한 상대를 향해 “색출과 처벌”을 공언하는 모습은 서슬 퍼런 공포 정치를 연상케 한다. 지명된 후보자가 과연 법치를 수호할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는 질문에 대해, “질문한 자가 누구냐, 그 배후를 잡아넣겠다”고 윽박지르는 격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의 지문을 채취해 구속하겠다는 이 기괴한 논리는, 역설적으로 그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달의 실체에 대해 여당 스스로가 얼마나 깊은 불안과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더욱 기가 차는 대목은 제보자의 신상과 과거 행적을 들춰내며 ‘검찰과 야당의 기획 수사’, 나아가 ‘이재명 죽이기의 연장선’이었다고 주장하는 박선원 최고위원의 음모론적 서사다. 의혹의 본질인 신약 청탁과 부적절한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사실관계 해명 한 줄 내놓지 못하면서, 모든 문제를 ‘불순한 제보자’와 ‘검찰 내부의 공작’으로 치환하는 수법은 너무나 낡고 익숙한 좌파 진영의 전형적인 위기 탈출 레퍼토리다.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해 거대한 적을 가공해 내고, 지지층의 적개심을 자극해 진영 결집을 유도하는 얄팍한 술책에 불과하다.

과거 민주화의 훈장을 독점해 온 세력이 권력을 쥐자마자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비판자에 대한 낙인찍기와 사법적 협박이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름을 끌어들여 상대를 깎아내리기 전에, 과거 군부 독재에 맞서 당당하게 진실을 외치던 김영삼의 결기와 현재 의혹 제기자 하나를 집단으로 린치하며 ‘색출’을 외치는 본인들의 왜소한 권력욕 중 어느 쪽이 진짜 ‘역사 왜곡’이자 ‘모독’인지를 자문해 보아야 한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진영의 전리품을 수호하는 요새가 아니며, 국민을 대신해 칼날 같은 검증을 통과해야 하는 시험대다. 의혹의 실체를 밝히라는 국민적 요구를 ‘불법 커넥션’으로 매도하고 메신저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운다고 해서, 후보자의 흠결이 미덕으로 둔갑하지는 않는다. 권력이 아무리 귀를 막고 진실을 외면하려 해도, 거품이 걷힌 자리에 남는 것은 억지 호위무사극의 민망한 민낯과 허물어진 법치의 잔해뿐일 것이다.

시대경제 편집부

제보 jebo@sidae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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