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족쇄’ 풀어도 얼어붙은 서울 아파트… 토허제 묶인 뒤 최저 거래

정부가 ‘세 낀 매물’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며 숨통을 틔워주려 했지만, 서울 부동산 시장의 냉각 기류를 돌려세우진 못했다. 치솟는 대출금리와 규제 문턱, 여기에 세법 개정안의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서울 아파트 매수세가 지난해 전역 규제 지정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시내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 건수는 3,01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래 월간 기준 최저치다. 올해 정점을 찍었던 4월(8,896건) 대비 3분의 1 수준에 그치며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거래 절벽은 서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강벨트 7개 구와 서남권 4개 구의 허가 신청 건수가 전달 대비 각각 38.6% 급감했다. 고가 지역의 거래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상대적으로 중저가 단지가 많은 강북권 비중(48.8%)은 전달보다 2.4%포인트 올랐다.
정부가 매물 잠김을 해소하겠다며 내놓은 ‘실거주 의무 완화 카드’도 시장에선 헛돌았다. 지난 2월(다주택자)과 5월(1주택자)에 걸쳐 임차인이 낀 매물의 매도를 잇달아 열어줬지만, 지난달 유예 신청 건수는 135건으로 전체 신청의 4.5%에 불과했다.
세 낀 매물이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대출 규제다. 통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산정할 때 기존 임차보증금을 차감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10억 원짜리 아파트(LTV 40% 기준, 대출 한도 4억 원)에 5억 원의 전세보증금이 걸려 있다면, 매수자가 당장 집을 사면서 일으킬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0원’이다. 향후 임차인 퇴거 시점에 맞춘 전세퇴거대출 1억 원이 전부라, 결국 온전히 수억 원의 현금을 손에 쥔 사람만 진입할 수 있는 구조다.
거래 빙하기 속에서 지역별 가격 흐름은 엇갈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0.17% 올랐지만 속내는 전혀 달랐다. 강북권과 한강벨트가 완만한 오름세를 유지한 반면, 자산가 비중이 높은 강남 3구와 용산구는 0.34% 떨어졌다. 세법 개정 확정 전 세 부담을 덜어내려는 다주택자발 급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며 호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