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

‘OUT 수첩’에 적힌 완장 권력, 입틀막이 된 여의도의 극장정치

여의도 권력의 시계가 거꾸로 돌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당 대표의 수첩에 찍힌 ‘이진숙·한동훈 OUT’이라는 여섯 글자는, 오늘날 거대 권력이 상대를 대하는 얄팍한 시각과 오만을 적나라하게 투영한다.

국회는 본래 행정부를 감시하고 인사검증의 잣대를 엄격하게 들이대야 하는 헌법기관이다. 국무위원 후보자의 적격성을 따져 묻고 날 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본령이자 야권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거대 여당이 꺼내든 카드는 실체적 진실 규명이 아니라 ‘제명’이라는 극단적 배제와 축출의 칼날이다. 장관 후보자에게 쏟아진 ‘독약로비 의혹’의 진위를 명명백백히 밝히기보다, 입을 연 저격수의 목을 먼저 치겠다는 식의 접근은 본말전도이자 정치적 겁박에 가깝다.

인사청문회 준비단은 ‘녹취록 악의적 왜곡’이라며 원문 대조로 맞불을 놓고, 국무총리까지 나서 ‘자료 유출 경위’를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메신저를 공격해 메시지를 덮으려는 전형적인 ‘메신저 죽이기’의 데자뷔다. 제기된 의혹이 터무니없다면 청문회장에서 조목조목 반박해 후보자의 결백을 입증하면 그만일 일이다. 그런데 행정부 수장부터 여당 지도부까지 총동원되어 검증의 문을 닫아걸고 사법적 잣대부터 들이대는 모습은, 도리어 그들이 감추고자 하는 진실의 무게가 얼마나 버거운지를 자인하는 꼴이다.

수첩 하나에 의원 제명을 적어 내려가며 반대자를 지워버릴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오만이다. 쓴소리를 틀어막고 의혹 제기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세운 권력은 모래성처럼 허약할 뿐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진실을 파고드는 감시의 칼날을 꺾으려 들수록, 그 칼끝은 결국 오만한 권력 자신을 향하게 될 것이다. 지금 여의도에서 진정으로 ‘OUT’되어야 할 것은 검증을 시도하는 국회의원이 아니라, 비판을 용납하지 못하는 편협한 완장 권력이다.

시대경제 편집부

제보 jebo@sidaeeconomy.com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ck to top button